2월 말일이 막 끝났다. 글을 참 쓰고 싶다가도,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마냥 움츠러드는 것이,근래의 나의 모습이다. 3월1일 공휴일을 이렇게 시작하는 것도 참 달콤한 방법이다. 옛날에 모아두었던 음악을 조용히 들으면서 글을 써보는 것. 아들과 아내는 옆 방에서 자고 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혼자있는 느낌이다.
블로그가 좋은 글쓰는 장이 될 것 같아도, 영 그러질 못하고 있는데, 이유를 생각해보면...일단 정말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언제나 핑계일 뿐이라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쨋든 생각하고, 정리할 일정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다.
블로그는 글이 공개가 되는 장소이니, 정리가 항상 요구된다. 물론 공개 발행을 안하면 되기야 하겠으나, 적은 독자이나마, 독자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좀 더 신중한 글쓰기가 되고, 그 덕분에 좋은 글 쓰기 연습 장소가 된다.
글을 정기적으로 안 쓴지 꽤 되어, 필담이랄까, 필력이랄까 그 어떤 느낌같은 것이 날라간 기분이다. 글을 정기적으로 써봐야 일종의 감을 유지할 수 있다. 개인 일기장보다 블로그가 그 감을 더 잘 살려주는 것 같다. 남이 보니까... 그리고 자신의 글에 대해 의견을 달아줄 수 있으니까...
블로그를 쭉 보다 보면,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참 많다. 내용의 우수함은 차치하고, 필담이 우수한 글들이 눈에 많이 띈다.
메타 블로그 검색은 아무래도 IT 관련 글들이 많지만, 기자들이나 몇몇 아마추어 문인들의 블로그를 가보면 좋은 필력의 글들이 많다. 그런 블로그는 메타 검색으로는 거의 찾지 못하고, 링크를 따라가야 한다. 유유상종이라 필담 좋은 블로그의 링크 목록에는 어김없이 그런 좋은 글이 들어있는 다른 블로그 링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링크 기능을 잘 써볼만 하다.
가끔 이런 多방향성 글을 흘러가는대로 쓰는 것도 참 재미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나는대로 글을 쓴다는 것은 참 독특한 일이다. 내 생각의 흐름을 말과는 또 다른 속도로 재빨리 순간순간 구성해내는 것이... 말은 또하나의 굴래이고, 글은 그것보다 더 속박된 굴래이다. 여러 의미에서 그러하겠지만, 글을 쓰는 (펜으로든, 키보드로든) 물리적인 행위의 속도가 생각의 속도에 현저히 못 미치기에, 그 시간 차를 이용하여 생각나는대로 글을 쓰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지금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일이나, 널리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을 이용하여, 자신이 말하는 것을 녹음을 하면, 그것을 텍스트로 바꾸어 준다면, 글쓰는 일은 좀 더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될까? 물론 소설가 중에는 타이피스트를 고용하는 경우들이 많았고, 지금도 약간 다른 형태로 그런 고용을 한다.
여하튼 글이란 것이 어차피 생각의 정리본이니 정리를 하는 기술적인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깎여나가게 된다. 깎여나간다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닌 것이, 그 깎여 나가는 부분이 글이라는 특징의 본질을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과 미술, 음악, 그 외 어떤 표현 방법이 다 유기적으로 결합되면서도, 글을 읽는 방식으로 예술을 즐기는 어떤 매체가 나온다면, 어떤 형태를 띌까? 예를 들면, 내가 중학교 때 헷세의 데미안을 읽으면서 틀어놓았던 쇼팽의 폴로네이즈는 내 머리 안에서는 하나로 합치되어 있다. 이런 시도들이 처음부터 계획이 된 매체가 있으면 좋겠다. 물론 이제까지 여러 형태로 존재해온 시도들이다. 하지만, 좀 더 다양하고, 세련되게 계속 생산되었으면 좋겠다.
3월 1일 새벽 1시 25분에 방향없이 흘러가는 생각을 글로 쓰면서.... Filliads de Kpacot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