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는 힘든 일이다. 관련된 모든 과정이 쉽지 않다. 그런데 그 이사를 다른 나라로 간다면 더욱 그렇다. 그 힘든 국제 이사를 나는 몇 가지 이유로 더욱 힘들게 해야했다. 그리고 그 힘든 과정이 2009년 1월 중순 이사일로부터 8월말까지 진행되었다.
첫 번째 힘들었던 점…
이사는 회사에서 지정한 한 업체가 국내포장이사 – 국제운송 – 통관 – 카작내 이사 까지 일괄로 처리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해야했다. 1월 중순에 이사일이 되어 포장이사업체가 왔다. 이 부분의 서비스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집의 위치에 있었다. 당시 집이 남산 자락에 위치해 있었는데, 집이 있는 부분이 매우 경사졌었다. 이사를 올 때에도 이사트럭이 올라오지 못해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에 결국 119에 구조 요청을 해서 소방관들이 출동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공교롭게 소방관의 업무에 대해 촬영하고 있던EBS 방송 제작 업체에서 어떻게 알고 나와서 촬영을 해갔었었다.
그와 동일한 일이 이사를 나갈 때도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는 공차로 무사히 올라온 2.5톤 트럭이 짐을 실고나자 턴을 못하고 차의 한쪽이 공중에 뜨기 시작했다. 바퀴 밑에 돌을 대보기도 하고, 여타 몇몇 방법을 써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119로 도움 요청을 했다. 소방관 대장은 상황을 보더니 바를 써서 트럭을 끌어당겨보기도 하고, 바를 기둥에 묶고 트럭 방향을 옮길 시도를 해보기도 했으나, 소용없었다. 어쩔 수 없이 3시간 걸려 실은 짐을 다시 내려야 했다. 짐을 내릴 때는 나도 같이 일을 해야했다. 짐을 다 내렸지만, 트럭은 움직이지 않았다. 짐을 내린 짐칸에 몇몇 사람이 올라타서 트럭의 무게 중심을 바꾸자 겨우 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트럭의 방향을 바꾸어 놓고 다시 짐을 실었다.
오전 8시에 시작해서 3시쯤 끝나야하는 이사가 저녁 6시가 넘어 끝났다. 힘든 하루였다는 것 외에는 기억나는 느낌이 없다. 여하튼 그렇게 짐은 출발을 했고, 2월 2일 카작에 도착해서 짐이 오길 기다렸다. 한국-카작 간의 짐은 보통 두달이면 도착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4월 초가 되어도 짐이 오지 않았다.
두 번째 힘들었던 점…
그렇게 짐이 오지 않던 중 담당 업체로 부터 전화가 왔다. 이사짐이 늦게 와서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사짐에는 약이 상당 부분 들어있었기에,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빨리 짐을 받아야 했다. 빠른 처리를 부탁드린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3일 정도 후에 전화가 또 왔다. 짐이 도착해서 카작내 하역이 되었단다. 2일 정도 후면 짐을 받을 수 있다고 직원은 반갑게 안내해주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그 직원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고객님, 정말 죄송한 말씀을 드리게 되어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중간 기착점마다 컨테이너의 seal을 확인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카작에 와서 컨테이너를 열어보니, 상자들이 상당수 뜯겨있었습니다. 고객님 짐이 상당수 도난 당한 것 같습니다. 정확히 상황을 파악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상황을 파악하고, 업체와 싸우기도 하고 하면서 2달이상이 지나갔는데, 그 지루한 시간을 짧게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피해액 : 자기 살림 목록을 적어놓는 이도 없거니와, 세세한 목록을 다 기억하는 이도 없다. 아내와 함께 무엇이 없어졌나를 더듬어 더듬어 생각해내면서 목록을 짜보니, 약 1천만원 정도의 물건이 없어졌다. ○ 업체와의 쟁점 : 한국에서 포장이사를 할 때 만든 화물목록은 보험에 부보가 된 것이며, 부보된 금액외에는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업체의 기본 방침이었다. 그에 대한 나의 입장은 화물목록이 보험에 부보된다는 설명을 들은 적도 없고, 그 목록은 단지 상자에 적은 번호와 비교하여 포장된 모든 상자가 (물건이 아니라) 다 운송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한것이다. 만약 도난, 훼손등에 대한 보험 부보에 대해 사전 안내를 받았다면, 자세한 목록을 만들지 않았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일괄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서 자신들이 3~4일 이전에 와서 그 목록을 작성하고 화주 동의하에 보험 부보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 나의 논리였다.
8월 말에 가서야 그 업체와 합의를 보고, 피해액의 80%를 보상받을 수 있었다. 80%라 하더라도, 생각이 나는 물품만 합산한 금액이고, 그 금액에서 감가상각을 하고, 그 결과액의 80%이니, 실제 피해액과는 동떨어진 금액이었다. 그리고 그 금액을 받는다해도, 동일한 질의 물품을 사는 것은 한국에서나 가능한 것이니, 사실상 피해의 정도는 더 컸다. 그래도 과중한 업무와 병행하여,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없는 소송으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해서 그정도에서 멈추었다.
세 번째 힘들었던 점…
사실 저 정도로만 끝났다면 그냥 그런 정도의 기억으로만 남아있을 것이다. “그” 업체와 한참 싸우던 그 때, “그”업체의 알마티 지사에 한 과장이 제의를 해왔다. “저희 지사에서는 고객님께 큰 피해가 발생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해하고 있습니다. 저희 마음 같아서야 보상을 100% 해드리고 싶습니다만, 본사에서 절대 불가라는 방침이라서요… 제가 제 재량으로 일단 위로차원에서 50kg범위 내에서 고객님게서 당장 필요하신 물건을 항공편으로 무료 운송을 해드리겠습니다.” 사실 그 업체에서도 피해액을 신용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나야 양심껏 적고, 그나마 생각나는 건만 대강 추린 것이고, 그 후에도 분실된 물건들은 더 나왔었다. 여하튼 그 업체에서는 적당히 위로도 하고, 강경한 태도로도 나가면, 우리쪽에서 그냥 포기할 거라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외국에 살기 시작하면, 특히나 카작처럼 물가는 비싼데 양질의 물건을 구하기 어려운 곳에 살면, 한국에서 짐을 붙여받는 것에 대한 필요, 희망이 참 커지게 된다. 그래서 난 그 업체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한국 친척들에게 부탁하여 물건을 다량 구매했다. 약, 생필품, 옷 가지들도 있었고, 한국에서는 싸지만, 카작에선 비싼 전자제품 등도 몇 가지 있었다. 아무리 친척이라지만, 물건 구매 대행을 시키는 것은 참 미안한 일이다. 게다가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고, 물건 포장에 배송까지 부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걸 다 무릎쓰고 약 300만원어치 물건을 샀다.
사실 아내는 그 업체의 제의를 처음부터 의심했다. “혹시 물건을 담보로 잡고 일단 미지급된 컨테이너 운송비부터 결재하라는 거 아닐까?”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 업체는 그런 파렴치한 짓을 실제 했다. 물건을 받더니, 미지급금부터 지급을 하면 물건을 운송해주겠다는 것이었다. 화가 치민 나는 전화에 대고 소리쳤다. “그 물건 당장 빼! 다른 업체 이용해서 받을 테니까…”
물건의 대부분을 구매해준 그 친척에게 다시 부탁해서 그 물건들을 빼앗아서, 다른 운송업체로넘겼고, 그렇게 해서 물건들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세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1) 구매한 물건 중에 하나인 잡곡을 사러 다니시다가 장모님께서 교통 사고가 나셨다. 그 교통 사고 후 (교통 사고의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나..) 혈당 수치가 380까지 올라가 아직까지 고생을 하신다. (2) 타 업체을 이용해 물건을 받기로 하고, 물건이 온 날 그 타업체 알마티 지사에 대금을 지불하러 아내가 갔다. 운송비는 약 600여불 되었다. 그 업체에 가기 전에 타라즈로 물건을 보낼 것이 있어 버스터미널에 갔다가 그 운송비 600불과 그 외 일을 처리하러 챙겨간 300불을 날치기 당했다. 아내는 그 일에 많은 충격을 받아서 컨디션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사실 900불도 큰 돈이지만, 이사짐과 관련된 일이 계속 타래를 타고 사람을 괴롭히니 스트레스가 컸었던 것 같다. 확인이 되진 않지만, 아마도 그 날 아내는 유산을 한 것 같다. 그 이후로 하혈이 장기간 계속 되었다. (3) 구매한 물건 중에는 컴퓨터 모니터가 있었다. 카작에서는 60만원이 넘는 크기의 모니터가 한국에서는 21만원이니 도저히 카작에서 살 수가 없었다. 하지만, 크기가 너무 커서 운송 관련 고민을 했었는데, 마침 본사에서 OJT 온다는 이가 있어, 사정을 설명하고 부탁을 했다. 이제까지 있었던 어려운 사정을 설명을 했는데도, 이 갓 입사한 사원이 전화에 대고 굉장히 기분나쁘다는 식으로 대답을 하는거였다. 그래서 부탁은 없던 일로 하자고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회사에서 누구와 얼굴을 붉히거나 한 적이 없었는데, 이 일로 신입사원과 그렇게 되다니…
이제는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서, 이제까지의 일을 생각하면서 웃기도 하지만, 그 순간 순간에는 속이 많이 상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렇게 실타래 처럼 엮여서 발생하는지… 이렇게 기록해놓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누구에게 설명하기도 어려울 듯하다. |